국비로 해외 연수를 다녀온 초·중·고교 일부 영어 교사의 영어 실력이 중학교 상위권 학생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종훈(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광주시와 전라남·북도, 제주도교육청 등 4개 시·도 교육청에서 영어 교사 191명이 6개월간 심화 연수를 받았다. 3~5개월은 국내에서, 나머지 기간은 미국·영국·호주 등에서 연수했다. 연수 비용으로 교사 1인당 1200만~1800만원이 들었다.
하지만 전북은 연수를 다녀온 뒤 치른 토익(TOEIC) 시험에서 990점 만점에 700점 이하를 받은 교사가 26명 중 10명(38.4%)으로 나타났다. 평균 749점으로 600점대가 7명, 500점대 2명이었고, 1명은 450점을 받았다. 광주와 제주 지역 교사들은 최근 도입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을 치렀고, 전남은 국가 공인 영어회화능력시험(ESPT) 또는 모의 텝스(TEPS) 시험 등을 치렀는데 평균 점수가 토익으로 환산하면 지역별로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토익은 일상생활 및 국제 업무에 필요한 실용 영어 능력을 평가하는 듣기·읽기 시험으로, 대부분 공공 기관과 공기업에서 입사 지원자들에게 750점 이상을 요구한다.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공공 기관 채용 지원 자격에도 미치지 못하는 영어 성적을 보인 것이다.
토익 시험을 주관하는 미국 ETS(교육평가위원회)는 “600점대 수험생은 짧은 대화나 연설을 듣고 그 중심 내용이나 맥락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며 “읽기에서는 같은 내용을 다른 표현으로 바꾸거나, 쉬운 단어라 할지라도 다른 의미로 쓰면 그 뜻을 추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들은 “당황스럽다” “한심하다”는 반응이다. 한 고3 학부모는 “우리 아이보다 영어 성적이 낮은 선생님이 있다면 어떻게 믿고 학교에 맡기겠느냐”며 “아이가 학교 수업 시간엔 엎드려 자고 학원에서 공부한다고 해도 말릴 수가 없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말하기·듣기 등 실용 영어 교육을 강화한다고 해 놓고 그 교육을 토익 600점 받은 영어 교사들에게 시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중학교 3학년 학부모는 “실제로 이런 상황이면 상위권 학생들에게 영어 수업을 지도하기 힘든 수준 아니냐”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고등학교 중위권 학생들이 토익 600점 정도 받는다”며 “공교육 붕괴의 원인으로 일부 교사는 특목고·자사고, 또는 사교육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경쟁력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것은 교사들”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영어 심화 연수를 다녀온 뒤 성적이 떨어진 영어 교사도 있었다. 제주에선 연수를 다녀온 교사 27명 중 29.6%(8명)가 오히려 연수 전보다 영어 점수가 하락했다. 이종훈 의원은 “전국적으로는 기본적인 영어 능력을 갖추지 못한 영어 교사가 더 있을 것으로 본다”며 “영어 교사들이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해외 연수 등을 지원해주면서도 객관적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정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