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한국의 新 기러기가족 풍속도’ 소개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외국이 아닌 한국 내 다른 지역의 국제학교로 자녀를 입학시키고 부모가 떨어져 사는 새 교육 풍속도를 7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제주 엘리트 국제학교에 외동딸을 입학시키고 현지에 집을 얻어 뒷바라지하면서 서울에 직장이 있는 남편과 떨어져 사는 한 학부모의 사연을 예로 들었다.
이 엄마는 여섯 살 난 딸과 함께 최상의 교육을 약속하는 제주의 계획도시로 옮겨 11~12년을 살 각오를 하고 있다.
그녀는 "딸이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이런 생활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그녀의 남편은 WP 전화 인터뷰에서 "위험 부담을 감수하기로 했다. 감정은 반반이다. 흥분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그렇다"고 토로했다.
한국의 교육 전문가들은 한 세대 전만 해도 부유층 가족만 교육을 위해 가족이 떨어져 사는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아들이나 딸을 국외 유학시키려 어머니가 관리인으로 따라가고 아버지는 돈 버는 반(半) 홀아비가 돼 뒤에 남는 형태다.
목적은 하나다. 유창한 영어.
일류 대학 입학과 대기업 취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 경쟁이 심해지면서 심지어는 평범한 가정의 자녀도 유치원 때 영어 과외를 받고 10대가 되면 밤늦게까지 콩나물 학교에 남아 잠을 빼앗긴 채 공부에 몰두한다.
이런 치열한 경쟁 때문에 한국은 귀족 국제학교의 신흥 시장이 됐다.
최고급 캠퍼스는 미어터지는 서울을 벗어나 제주도와 같은 곳에 들어서고 고학년 학생은 기숙사에 살면서 이런 학교에 다니거나 더 어린 학생은 부모 중 한 명과 살게 된다.
지난달 나온 한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결혼 부부의 10%가량이 떨어져 사는데 이는 2000년보다 배로 늘어난 것이다.
자녀 교육을 이유로 갈라져 사는 게 너무 흔해 심지어는 '기러기 가족'(kirogi kajok or goose families)이라는 단어도 생겼다.
다시 합치려면 이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족이 수십만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제주의 이 학부모가 사는 새 빌라 촌은 거의 영어로 수업하는 영국계 또는 캐나다계 사립학교와 맞대 있으며 기러기 엄마들로 그득하다.
한 학교 교사는 학생 절반이 한 부모와 산다고 귀띔했다.
일부 학부모는 이 학교를 고른 게 한국의 경쟁적인 교육 문화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영어 학교에 넣으니까 '학원'이라고 불리는 방과 후 과외 기관에 갈 필요도 없어 악기를 배우거나 야외 활동을 하거나 친구들과 놀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재스퍼 김 교수는 "기업체가 업무에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영어 소통 능력을 고용의 기준으로 삼는다. 영어는 일종의 고급 핸드백 같은 것"이라며 "한국인 사고방식에서 영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은 소위 제대로 된 집안 출신이라는 보증"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교육 제도에 대해 이중적 감정이 있다.
한편으로 한국 학생들의 세계 최고의 학업 성취도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세계에서 가장 불행하기도 하다.
제주에 아이를 보낸 일부 가족은 떨어져 사는 게 실제로 편하고 행복해졌다고 말한다.
엄마는 등산하거나 골프를 치거나 무료 영어 회화를 배우고 아빠는 주중에 친구들과 한잔하거나 주말에 들른다.
한 엄마는 "남편을 매일 안 보니 잔소리도 안 하게 되고 관계가 실제 더 나아졌다. 어차피 같이 살더라도 아빠가 밤늦게까지 일하니 애 얼굴 볼 시간이 별로 없다. 그게 한국인의 삶이다. 그러니 별 희생이랄 것도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